여성 호르몬 치료, 위험할까?
한 연구가 남긴 오해와 지금의 기준
갱년기 증상이 심해도 호르몬 치료는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입니다. 이런 걱정은 2002년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2002년, 연구가 중간에 멈췄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1990년대에 '여성 건강 이니셔티브(WHI)'라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폐경 여성 1만 6,0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여성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을 함께 주고 다른 그룹에는 가짜 약을 주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호르몬이 심장병을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2002년, 연구는 예정보다 일찍 중단됐습니다. 호르몬 그룹에서 유방암, 심장병, 뇌졸중, 혈전이 더 많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가 크게 보도되면서 전 세계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이 크게 줄었습니다.
다시 들여다보니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짚어 볼 점이 있었습니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가 63세였습니다. 갱년기 증상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는 50대 초반 여성보다 10년 이상 많았고, 폐경 뒤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후 나이별로 나눠 분석해 보니 50대 여성에서는 위험이 훨씬 작았습니다. 폐경 뒤 오래 지나 혈관이 이미 굳기 시작한 뒤에 호르몬을 시작하면 해가 될 수 있지만, 폐경 초기에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위험의 크기도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여성 1만 명이 1년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이 8명 정도 더 생기는 정도였습니다. 대신 고관절 골절과 대장암은 줄었습니다. 또 자궁을 들어낸 여성에게 여성호르몬만 준 연구에서는 유방암이 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권합니다
2022년 북미폐경학회는 60세 전이거나 폐경 뒤 10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이라면, 갱년기 증상 치료와 골다공증 예방에서 호르몬 치료의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정리했습니다. 화끈거림에는 지금까지 나온 치료 중 호르몬 치료가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여성호르몬과 함께 황체호르몬을 써야 합니다. 여성호르몬만 쓰면 자궁 안쪽 막이 계속 두꺼워져 자궁내막암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유방암을 앓았거나 혈전, 뇌졸중이 있었던 사람은 호르몬 치료를 피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부 우울증 약을 적은 용량으로 쓰거나, 1편 〈갱년기,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서 말한 새로운 약처럼 호르몬이 아닌 약을 씁니다.
산부인과에서 상의합니다
호르몬 치료의 이득과 위험은 나이, 폐경 뒤 지난 시간, 가족력과 병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갱년기 증상이 생활을 힘들게 한다면 참기보다 산부인과에서 상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