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갱년기는 정말 있을까?
남성호르몬은 나이보다 몸 상태에 더 좌우됩니다
40~50대 남성이 피곤하고 의욕이 없으면 '남성 갱년기'가 아닌지 걱정하곤 합니다. 남성호르몬 보충제 광고도 흔합니다. 남성 갱년기는 정말 있을까요.
남성호르몬은 천천히 줄어듭니다
남성호르몬은 대부분 고환에서 만들어집니다. 여성의 난자처럼 바닥나는 것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도 갑자기 멈추지 않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중년 남성들을 오래 추적한 연구에서는 남성호르몬이 해마다 1~2%씩 줄었습니다. 하지만 70~80대에도 정상 범위인 사람이 많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도 대개 유지됩니다.
진짜 남성호르몬 결핍은 드뭅니다
2010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유럽 8개 나라의 40~79세 남성 3,000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남성호르몬 부족 증상으로 거론되던 32가지 가운데 남성호르몬과 통계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증상은 9가지였습니다. 그중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은 성기능에 관한 세 가지뿐이었고, 연구팀은 이 세 가지를 남성호르몬 결핍의 기준으로 제안했습니다. 아침 발기가 줄고, 성적인 생각이 줄고, 발기가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3,000명을 조사한 남성 갱년기의 증상)
이 세 가지 증상이 모두 있으면서 남성호르몬도 낮은 사람은 100명 중 2명 정도였습니다. 여성의 폐경처럼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피로와 우울은 다른 원인이 더 흔합니다
같은 연구에서 피곤함, 기운 없음, 우울함은 남성호르몬과의 관련이 약했습니다. 잠이 달라지거나 집중이 안 되는 것은 관련이 없었습니다. 이런 증상은 수면 부족, 스트레스, 우울증이나 다른 병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뱃살이 남성호르몬을 낮춥니다
남성호르몬이 낮은 사람은 나이보다 비만이나 만성질환과 더 관련이 깊었습니다. 지방 조직은 남성호르몬의 일부를 여성호르몬으로 바꿉니다. 뇌는 이 여성호르몬을 '호르몬이 충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고환에 남성호르몬을 덜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그래서 뱃살이 많을수록 남성호르몬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같은 연구팀이 남성들을 몇 년 뒤 다시 조사했을 때, 살이 빠진 사람은 남성호르몬이 다시 올라갔습니다. 남성호르몬을 지키는 데는 약보다 체중 관리가 먼저입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면 운동 직후 남성호르몬이 잠깐 오르지만, 평소 남성호르몬 수치를 크게 올린다는 근거는 아직 약합니다. 다만 운동으로 뱃살이 줄면 남성호르몬에도 도움이 됩니다.
남성호르몬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
201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남성호르몬이 낮은 65세 이상 남성 790명에게 1년 동안 남성호르몬 젤이나 가짜 약을 바르게 했습니다. 남성호르몬 그룹은 성기능이 좋아지고 기분도 조금 나아졌지만, 활력이나 걷는 능력은 가짜 약 그룹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심장에 해롭다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2023년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팀이 심장병 위험이 있는 남성 5,000여 명을 비교한 결과, 심장마비와 뇌졸중은 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부정맥의 한 종류인 심방세동과 폐에 생기는 혈전은 조금 더 많았습니다.
또 남성호르몬을 밖에서 넣어 주면 뇌가 고환에 보내는 신호를 줄여, 정자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아이를 계획하는 남성은 남성호르몬 치료를 피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남성 갱년기는 있지만 생각보다 드뭅니다. 남성호르몬은 나이가 들며 천천히 줄 뿐, 여성의 폐경처럼 한꺼번에 멈추지 않습니다.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생기는 증상은 주로 아침 발기 감소, 성욕 저하, 발기 문제 같은 성기능 증상이고, 피로나 우울만으로는 남성호르몬 부족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남성호르몬을 낮추는 흔한 원인은 나이보다 뱃살입니다. 성기능 증상이 있다면 오전에 피검사로 두 번 이상 확인하고, 그보다 먼저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