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난자가 줄어들면서 시작되는 변화
이번 갱년기 이야기는 의사인 지인의 요청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갱년기에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원리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1편은 여성의 갱년기를 다루고, 2편 〈여성 호르몬 치료, 위험할까?〉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3편 〈남성 갱년기는 정말 있을까?〉에서는 남성 갱년기를 살펴봅니다.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여성은 평생 쓸 난자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태어날 때 100만 개가 넘던 난자는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계속 줄어서, 사춘기에는 30만~40만 개, 폐경 무렵에는 1,000개 정도만 남습니다. 매달 배란되는 난자는 하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난자가 자라다가 저절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난자는 '난포'라는 작은 주머니 안에서 자라는데, 여성호르몬은 바로 이 난포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난자가 바닥나면 여성호르몬도 함께 줄어듭니다. 갱년기가 모든 여성에게 오는 이유입니다.
뇌가 난소를 더 세게 재촉합니다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뇌는 난소를 더 세게 재촉합니다. 난포를 자라게 하는 호르몬을 더 많이 내보내는 것입니다. 이 재촉에 난소가 들쭉날쭉 반응하면서 여성호르몬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합니다. 폐경 몇 년 전부터 월경 주기가 짧아지거나 길어지고 양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난소가 더는 반응하지 않으면 월경이 멈춥니다. 마지막 월경 뒤 1년 동안 월경이 없으면 폐경으로 봅니다. 한국 여성은 보통 50세 전후에 폐경을 맞습니다.
체온을 맞추는 뇌가 예민해집니다
갱년기의 대표 증상은 갑자기 얼굴과 상체가 화끈 달아오르며 땀이 나는 것입니다. 대한폐경학회 조사에서는 폐경을 겪은 여성 10명 중 8명이 갱년기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원인은 뇌에서 체온을 맞추는 부분(시상하부)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체온이 일정한 범위 안에 있으면 그대로 두고, 범위를 벗어날 때만 땀을 내거나 몸을 떨어 체온을 맞춥니다. 여성호르몬이 줄면 이곳의 신경세포들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서 이 범위가 좁아집니다. 그래서 체온이 아주 조금만 올라도 몸은 너무 덥다고 판단하고, 피부 혈관을 넓히고 땀을 흘려 열을 내보냅니다. 이것이 화끈거림입니다. 밤에 생기면 땀에 젖어 깨게 되고 잠을 설칩니다.
2023년 미국에서는 이 신경세포의 신호를 막는 새로운 약이 승인되기도 했습니다. 원리를 알게 되면서 치료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화끈거림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미국에서 여성 1,400여 명을 오래 추적한 연구(SWAN)에서는 절반 정도가 7년 넘게 화끈거림을 겪었습니다.
뼈와 혈관도 영향을 받습니다
뼈는 오래된 부분을 허물고 새로 만드는 일을 평생 반복합니다. 여성호르몬은 뼈를 허무는 세포가 지나치게 일하지 않도록 막아 줍니다. 여성호르몬이 줄면 뼈를 허무는 속도가 만드는 속도보다 빨라집니다. 그래서 폐경 전후 몇 년 동안 뼈가 특히 빠르게 약해지고,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집니다.
혈관도 영향을 받습니다. 폐경 뒤에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올라가고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집니다. 폐경 전에는 같은 나이 남성보다 심장병이 적던 여성도, 폐경 뒤에는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듭니다.
질과 요도 점막도 얇고 건조해져 성관계 때 아프거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기도 합니다. 이 증상은 화끈거림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