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어떻게 살을 빼 줄까?

몸속 '배부름 호르몬'을 오래 붙잡아 두는 원리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비만 치료제입니다. 주사 한 대로 살이 빠진다고 하니 지방을 녹이는 약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약은 지방을 직접 태우지 않습니다. 밥을 먹으면 우리 장에서 원래 나오는 호르몬을 흉내 내, 덜 먹게 만드는 약입니다.

밥을 먹으면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

음식이 장에 들어오면 소장 아래쪽과 대장의 세포에서 'GLP-1'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GLP-1은 크게 세 가지 일을 합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잘 나오도록 돕고, 위가 음식을 비우는 속도를 늦춰 배부른 느낌을 오래 가게 합니다. 그리고 뇌에 '이제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줄입니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금방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몸에서 만들어진 GLP-1은 분해 효소 때문에 2분 남짓이면 절반이 없어집니다. 약으로 쓰려면 이 호르몬을 훨씬 오래 머물게 해야 했습니다.

2분짜리 호르몬을 일주일로

실마리는 뜻밖에도 미국 남서부의 독도마뱀에게서 나왔습니다. 1992년 미국의 존 엥 박사는 '힐러몬스터'라는 독도마뱀의 침에서 GLP-1과 비슷하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이 물질을 바탕으로 한 첫 GLP-1 계열 당뇨약이 2005년 미국에서 승인됐습니다.

그 뒤 약은 더 오래 버티도록 다듬어졌습니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몸속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러,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됩니다.

호르몬 두 개를 흉내 낸 마운자로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GLP-1에 더해, 소장 윗부분에서 나오는 또 다른 호르몬 'GIP'의 역할까지 한 분자로 흉내 냅니다. 마운자로도 몸속에 5일가량 머물러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합니다.

GIP가 더해지면 왜 살이 더 잘 빠지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로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체중을 더 많이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이 결과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결국 덜 먹게 만드는 약

두 약이 살을 빼는 원리는 결국 같습니다. 덜 배고프고 금방 배부르게 해서 먹는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위를 천천히 비우게 하는 만큼, 메스꺼움이 흔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약이 식욕을 줄여 줄 뿐, 무엇을 먹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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