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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닥 건강 매거진

허리 디스크는 언제 터질까?

무거운 걸 들 때일까, 허리를 숙일 때일까?

무거운 걸 든 것도 아닌데, 아침에 세수하려고 허리를 숙이다가 삐끗했어요.

진료실에서 생각보다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 흔히 무거운 짐을 들다가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환자분들께 언제 아프기 시작했는지 여쭤보면 세수할 때, 양말 신을 때,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처럼 별것 아닌 순간을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스크에는 과연 어떤 힘이 걸리고, 언제 망가지는 걸까요?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디스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디스크는 어떻게 생겼나요?

디스크는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끼어 있는 쿠션입니다. 가운데에는 젤리처럼 말랑한 수핵이 있고, 그 바깥을 질긴 섬유가 여러 겹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을 섬유륜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누르는 힘이 가해지면 수핵이 사방으로 퍼지며 힘을 나누고, 섬유륜이 이것을 붙잡아 줍니다.

△ 허리뼈 사이의 디스크를 옆에서(Lateral view) 본 그림과, 위에서 잘라 본 그림(Superior view)입니다. 가운데 Nucleus pulposus라고 적힌 곳이 수핵이고, 그 바깥을 여러 겹으로 둘러싼 Anulus fibrosus가 섬유륜입니다.

OpenStax College, Anatomy & Physiology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 3.0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 정확한 이름으로 추간판 탈출증은 섬유륜에 금이 가고 그 틈으로 수핵이 밀려 나온 상태입니다. 밀려 나온 수핵이 바로 뒤에 지나가는 신경을 누르면 엉덩이와 다리가 저리고 아프게 됩니다.

자세마다 디스크가 받는 압력은 다릅니다

1999년 독일의 빌케 박사 연구팀은 건강한 지원자 한 명의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허리뼈 사이 디스크에 압력 센서를 넣고, 여러 자세에서 디스크 안의 압력을 측정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똑바로 누워 있을 때 디스크 압력은 0.1MPa 정도였습니다. 편하게 서 있을 때는 0.5MPa로 누워 있을 때의 다섯 배였고, 선 채로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1.1MPa로 열한 배까지 올라갔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차이가 더 커졌습니다. 20kg짜리 물건을 무릎을 편 채 허리를 숙여 들어 올리면 2.3MPa,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세워 들어 올리면 1.7MPa였습니다. 같은 20kg을 몸에 붙여 들고 있으면 1.1MPa였지만, 몸에서 60cm 떨어뜨려 들면 1.8MPa로 올라갔습니다.

한 사람에게서 잰 결과라는 한계는 있지만, 숙일수록 그리고 무게가 몸에서 멀어질수록 디스크 압력이 올라간다는 점은 이전의 측정들과도 같았습니다.

디스크는 어떤 힘에 망가질까요?

그렇다면 압력이 높기만 하면 디스크가 터질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척추 표본에 여러 방향으로 힘을 가해 본 실험에서는, 위에서 똑바로 누르는 힘만 가하면 디스크가 터지기 전에 척추뼈의 끝부분이 먼저 깨졌습니다. 대신 앞으로 숙이고 옆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누르는 힘이 더해질 때 수핵이 밀려 나왔습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디스크의 앞쪽이 눌리고, 수핵은 뒤쪽으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디스크의 뒤쪽에는 신경이 지나갑니다. 디스크 탈출이 대부분 뒤쪽으로 생기는 이유입니다.

△ 디스크가 뒤쪽으로 밀려 나온 자리를 확대한 그림입니다. Herniated disc라고 적힌 곳이 밀려 나온 디스크이고, 그 뒤에서 Pinched nerve라고 가리킨 것이 눌린 신경입니다.

Blausen Medical 2014, WikiJournal of Medicine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 3.0

여기에 반복이 더해지면 더 위험해집니다. 동물의 척추 표본에 크지 않은 압박을 주면서 숙였다 펴는 동작을 수만 번 반복시킨 실험도 있었는데, 무거운 무게 없이도 섬유륜에 조금씩 틈이 생기다가 결국 수핵이 뒤로 밀려 나왔습니다. 한 번의 큰 힘보다 작은 힘의 반복이 디스크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아침에 삐끗할까요?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디스크는 밤새 누워 있는 동안 물을 머금어 부풀고, 낮 동안 서서 움직이면서 조금씩 물이 빠집니다. 그래서 아침의 디스크는 하루 중 가장 팽팽한 상태이고, 같은 정도로 허리를 숙여도 아침에는 디스크와 인대가 받는 부담이 더 큽니다.

만성 허리 통증 환자들에게 아침에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 피하도록 했더니, 비교 그룹보다 통증이 3분의 1 정도 더 줄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데드리프트는 위험한 운동일까요?

여기까지 읽으면 무거운 바벨을 드는 데드리프트가 허리에 가장 나쁜 운동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디스크가 받는 힘의 크기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파워리프팅 선수들의 데드리프트를 분석했더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허리뼈 사이에 걸리는 압박이 최대 17,000N을 넘었습니다. 아무것도 들지 않고 허리를 숙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스크는 힘의 크기만으로 망가지지 않습니다. 어떤 자세에서 그 힘을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 즉 요추 전만을 유지하고 척추기립근에 힘을 준 상태에서는 근육이 척추를 붙잡아 주고, 디스크는 위에서 똑바로 누르는 힘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허리를 끝까지 숙이면 척추기립근이 척추를 붙잡아 주지 못하고, 그 부담을 인대와 디스크 뒤쪽이 떠안게 됩니다. 같은 워털루대 연구팀은 초음파로 이것을 확인했는데, 허리를 끝까지 숙이면 척추기립근이 척추를 받치는 각도가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실험 결과들을 종합하면, 무거운 것을 바른 자세로 드는 것보다 가벼운 것이라도 허리를 둥글게 만 채 무심코 반복해서 숙이는 것이 디스크에는 더 나쁠 수 있습니다.

운동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결국 디스크에 부담을 주는 조건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무게가 실릴 때, 무게가 몸에서 멀어질 때, 여기에 옆으로 기울이는 동작이 더해질 때, 그리고 이런 동작이 여러 번 반복될 때입니다.

데드리프트처럼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든, 골프처럼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운동이든 이 조건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요추 전만을 유지하고 척추기립근에 힘을 준 채로 들고, 무게는 몸에 붙이고, 허리 대신 무릎과 고관절을 굽히고, 반복 횟수를 조절하고, 일어나자마자 허리를 깊게 숙이는 운동은 피하는 것. 이것이 디스크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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