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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닥 건강 매거진

척추전방전위증

밀려난 뼈, 다시 밀어 넣으면 되지 않나요?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허리뼈가 앞으로 밀려 있대요. 그럼 다시 밀어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뼈가 제자리에서 벗어났다고 하니 교정하면 돌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뼈가 왜 밀려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척추분리증, 협부가 끊어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단계, 척추뼈가 실제로 미끄러지는 척추전방전위증 이야기입니다.

뼈는 왜 앞으로 미끄러질까요?

허리뼈 중 가장 아래에 있는 다섯 번째 허리뼈는 엉치뼈 위에 얹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엉치뼈의 윗면은 평평하지 않고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허리뼈는 비탈 위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체중이 실릴 때마다 앞으로 미끄러지려는 힘을 받습니다.

평소에는 이 힘을 뒤쪽의 관절과 협부가 붙잡아 줍니다. 위쪽 척추뼈의 아래 관절이 아래쪽 척추뼈의 위 관절 뒤에 걸려 있고, 협부가 이 관절을 척추뼈 몸통에 이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 붙잡아 주는 장치가 고장 나면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전방전위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비탈길에 세워 둔 자동차가 떠올라서 그려봤습니다.

비탈길에 세워 둔 차는 브레이크가 잡아 주고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차가 밀려 내려가는 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는 브레이크가 부러져 버린 경우입니다. 잡아 주는 힘이 없어지니 차가 밀려 내려갑니다. (A) 다른 하나는 브레이크가 오래 써서 닳아 버린 경우입니다. 잡아 주기는 하지만 힘이 약해져서 차가 조금씩 밀려 내려갑니다. (B)

허리도 이것과 같습니다.

(A)가 분리성 전방전위증입니다. 협부가 끊어지면서 뼈를 잡아 주던 브레이크가 부러진 경우입니다. 어릴 때 생긴 분리증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생길 수 있고, 주로 다섯 번째 허리뼈와 엉치뼈 사이에 생깁니다.

(B)가 퇴행성 전방전위증입니다. 협부는 멀쩡한데 나이가 들면서 뒤쪽 관절과 디스크가 닳고 인대가 느슨해져, 브레이크가 닳은 것처럼 뼈가 조금씩 밀려난 경우입니다. 50대 이후에 많고, 여성에서 남성보다 몇 배 더 흔하며, 주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허리뼈 사이에 생깁니다.

얼마나 미끄러졌는지는 어떻게 나누나요?

전방전위증은 아래 뼈의 윗면 길이를 기준으로 위쪽 뼈가 얼마나 밀려 나갔는지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눕니다. 25% 이하로 밀리면 1등급, 50% 이하면 2등급, 이런 식입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 대부분은 1등급이나 2등급입니다. 특히 퇴행성 전방전위증은 2등급을 넘어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 허리뼈를 옆에서 찍은 엑스레이에 등급을 재는 눈금을 얹은 그림입니다. 아래 뼈의 윗면을 25%·50%·75%·100%로 나누고, 위쪽 뼈 뒷모서리가 어느 칸까지 밀려났는지로 등급을 매깁니다.

Chester J Donnally III 원본 · Mikael Häggström 주석 추가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 4.0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가장 흔한 증상은 허리 통증입니다.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가 묵직하게 아프고, 누워서 쉬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뼈가 앞뒤로 흔들리면서 주변 관절과 근육에 부담이 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엉덩이나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더해진다면 신경이 눌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1편에서 이야기한 도넛 두 개가 어긋나면서 빨대가 지나갈 구멍이 좁아진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단계인 척추협착증으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다시 밀어 넣을 수는 없나요?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정이나 운동으로 미끄러진 뼈를 원래 자리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차를 손으로 밀어 올려도 손을 떼면 다시 내려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뼈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더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리를 둘러싼 근육이 망가진 브레이크 대신 차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허리 주변 근육 운동과 약물, 그리고 필요하면 주사 치료 등으로 먼저 치료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은 다리 저림이나 마비 같은 신경 증상이 심하고 충분히 치료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을 때, 혹은 미끄러짐이 계속 진행할 때 고려합니다. 이때는 눌린 신경을 풀어 주고 흔들리는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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