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분리증, 전방전위증, 협착증
각기 다른 병이지만, 또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는...
젊었을 때는 척추분리증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협착증이래. 허리에 병이 또 하나 생긴 건가?
이 사람은 정말 병이 하나 더 생긴 걸까요? 허리 질환은 이름이 유난히 비슷하고 어렵습니다. 진료실에서도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척추협착증을 서로 다른 세 가지 병으로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셋은 각기 다른 병이고 진단명도 따로 붙습니다. 하지만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가 다음 하나의 원인이 되면서 한 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척추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척추뼈는 어떻게 생겼나요?
척추뼈 하나는 크게 앞쪽과 뒤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쪽은 체중을 받치는 둥근 원통 모양의 척추체, 뒤쪽은 위아래 뼈와 관절로 맞물리는 고리 모양의 후궁입니다. 앞의 원통과 뒤의 고리 사이에는 구멍이 하나 생기는데, 이 구멍들이 위아래로 이어져 만든 터널이 척추관이고 그 안으로 신경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앞쪽 원통과 뒤쪽 고리를 이어주는 가느다란 목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협부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 바로 이 협부입니다.
1단계, 척추분리증
척추분리증은 이 협부에 금이 가거나 끊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대부분 성장기에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피로골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조, 다이빙, 레슬링처럼 허리를 많이 젖히고 비트는 운동을 한 사람에게서 더 흔합니다. 주로 다섯 번째 허리뼈에 생기고, 일반 인구의 5~6% 정도에서 발견됩니다.
뼈가 끊어졌다고 하면 다들 크게 놀라시는데, 분리증만 있고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이유로 엑스레이를 찍었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흔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 열한 살 아이의 허리뼈를 옆에서 찍은 엑스레이입니다. 주황색 화살표 두 개가 다섯 번째 허리뼈의 금 간 자리를 가리킵니다.
Kinderradiologie Olgahospital, Klinikum Stuttgart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4.0
2단계, 척추전방전위증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협부는 척추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뒤에서 붙잡아 줍니다. 이 부분이 끊어지면 앞쪽 척추체는 붙잡아 주는 힘을 잃고, 체중이 실릴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밀려 나갑니다. 이렇게 위쪽 척추뼈가 아래 뼈보다 앞으로 미끄러진 상태를 척추전방전위증이라고 합니다.
△ 쉰일곱 살 남성의 허리뼈를 옆에서 찍은 엑스레이입니다. 붉은 선은 뼈 뒷면을 위아래로 이은 선입니다. 선이 한 칸에서 꺾인 자리가 뼈가 앞으로 미끄러진 곳입니다.
Hellerhoff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4.0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도넛이 떠올라서 그려봤습니다.
도넛 두 개를 반듯하게 쌓으면 가운데 구멍이 위아래로 일직선이 됩니다. 이 구멍에 빨대를 꽂으면 아무 걸림 없이 지나갑니다. (A) 그런데 위쪽 도넛을 앞으로 밀면 두 구멍이 어긋나면서 빨대가 지나갈 공간이 좁아집니다. (B)
척추가 이것과 같습니다. 도넛은 척추뼈, 가운데 구멍은 척추관, 빨대는 신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3단계, 척추협착증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상태를 척추협착증이라고 합니다. 전방전위증으로 뼈가 어긋나면 그 자체로 척추관이 좁아지고, 흔들리는 뼈를 붙잡으려고 주변 인대가 두꺼워지고 관절이 커지면서 터널은 더 좁아집니다.
△ 예순일곱 살 남성의 허리 MRI를 옆에서 본 단면입니다. 뼈 뒤로 위아래로 길게 흐르는 검은 띠가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입니다. 붉은 화살표 두 개가 그 띠가 눌려 가늘어진 자리를 가리킵니다.
Jmarchn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3.0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걸을 때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리고 당겨서 중간중간 쉬었다 가야 하는 것입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척추관이 조금 넓어지기 때문에 쪼그려 앉아 쉬면 나아지고, 마트에서 카트를 밀고 걸을 때는 오히려 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든 협착증이 분리증에서 시작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협부가 멀쩡한데도 나이가 들면서 관절과 디스크가 닳아 뼈가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퇴행성 전방전위증이라고 합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50대 이후 여성분들이 많고, 주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허리뼈 사이에 생깁니다. 뼈가 미끄러지지 않아도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는 것만으로 협착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만 젊은 시절 분리증이 있었다면, 이 길을 따라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분리증이 있으면 결국 협착증이 되나요?
이것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리증이 있다고 모두 전방전위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미끄러짐이 있어도 심하지 않으면 평생 큰 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긋나는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붙잡아 주던 자리가 약해졌다면 그 주변을 대신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허리를 둘러싼 근육입니다. 체중을 관리하고, 허리 주변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고, 정기적으로 미끄러짐이 진행하는지 확인하는 것. 이것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