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척추관 속에 뼈가 더 생기는 병, 후종인대골화증

목 디스크로 착각하는 병

목이 아프고, 오른쪽 승모근에서 팔로 저리듯 내려오는 통증이 있다며 60대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으셨습니다. 전형적인 목 디스크 증상입니다. 환자분은 젊어서부터 몸이 좀 뻣뻣한 편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목뼈 몸통 뒤쪽으로 하얗게 보이는 뼈가 한 겹 더 있었습니다. 흔히 후종인대골화증이라고 부르는 병입니다. 영어로는 OPLL(Ossification of the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이라고 합니다.

이 병은 어떤 병일까요? 일반적인 목 디스크와는 조금 다른 병입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후종인대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후종인대는 어디에 있나요?

척추뼈는 앞쪽의 둥근 몸통과 뒤쪽의 고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의 터널인 척추관으로 척수가 지나갑니다. 후종인대는 척추뼈 몸통의 뒷면을 따라 목에서 엉치뼈까지 위아래로 길게 이어진 인대입니다. 위치로 보면 척추관의 앞쪽 벽을 이루고 있어서, 척수 바로 앞에 붙어 있는 셈입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이 인대 속에 뼈가 생기면서 인대가 점점 두껍고 단단해지는 병입니다. 대부분 목뼈에 생기고, 50대 이후에 많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정도 많습니다.

문제는 위치입니다. 후종인대는 척수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인대가 뼈로 변하면서 두꺼워지면 그만큼 척수가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집니다. 척수는 뇌에서 내려와 팔과 다리로 가는 신경이 모두 지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에, 이곳이 눌리면 팔과 다리 모두에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목뼈를 옆에서 자른 CT입니다. 척추뼈 몸통 뒤쪽을 따라 위아래로 길게 이어진 흰 띠가 뼈로 변한 후종인대이고, 그 바로 뒤가 척수가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Hellerhoff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한국에서 특히 흔한 편입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동양인,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유난히 많이 발견되는 병입니다. 일본에서는 엑스레이로 조사했을 때 성인의 2~4% 정도에서 발견되는 반면, 북미와 유럽에서는 1% 안팎이거나 그보다 적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양대병원 연구팀이 목 엑스레이를 찍은 성인 1만 1천여 명을 조사했을 때 0.6%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CT로 찾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CT를 찍은 성인 3,240명을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인구 구성에 맞춰 보정한 유병률이 4.6%였습니다. 스무 명 중 한 명꼴입니다. 남성은 6.4%, 여성은 3.6%였고,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았습니다.

엑스레이와 CT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골화가 얇거나 작으면 엑스레이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엑스레이를 다시 확인해 본 연구에서도 CT로 확인된 후종인대골화증의 절반 정도만 엑스레이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목뼈 한 마디를 가로로 자른 CT입니다. 붉은 원 안, 뼈 몸통 뒤쪽에 덧생긴 작은 뼈가 척추관 쪽으로 솟아 있습니다.

Hellerhoff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왜 인대가 뼈로 변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고, 당뇨병이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골화가 있어도 척수를 누를 만큼 두껍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다른 이유로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아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증상은 두꺼워진 인대가 척수를 누르기 시작하면서 나타납니다. 이때의 증상은 흔히 아는 목 디스크와는 조금 다릅니다. 목 디스크는 척수에서 갈라져 나온 신경 가지 하나를 누르기 때문에 주로 한쪽 팔이 저리고 아픕니다. 반면 척수 자체가 눌리면 양손이 함께 저리고, 손놀림이 둔해집니다.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거나 단추를 잠그기 어려워지고, 글씨가 삐뚤어지기도 합니다. 더 진행하면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음이 휘청거리게 됩니다.

물론 목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조금씩 진행하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기 때문에, 후종인대골화증이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의 목 디스크 변화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연히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후종인대골화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아주 천천히 진행하고, 증상이 없다면 바로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척수가 지나가는 공간이 이미 좁아져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골화가 얼마나 진행하는지 확인하고, 양손 저림이나 손놀림 변화 같은 증상이 생기면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상적으로 볼 때 후종인대골화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교통사고나 목이 꺾이는 충격을 받았을 때 신경 손상으로 마비가 생기는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후종인대골화증의 수술적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칼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