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허리에 나쁜 운동일까?
허리에 나쁜 것 같지만, 끊기 어려운 그 운동
라운딩 다녀온 다음 날이면 허리가 뻐근해요. 골프가 원래 허리에 안 좋은 운동인가요?
진료실에서 골프를 치시는 분들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골프를 치다 다치는 부위를 조사해 보면 가장 흔한 곳이 바로 허리입니다. 골프 부상의 4분의 1 정도가 허리에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리를 위해 골프를 끊어야 할까요? 끊어야 할 것 같으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인 운동인 만큼 끊기 어려운 것이 골프입니다. 골프와 허리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스윙 한 번에 허리는 얼마나 힘을 받나요?
미국의 호시아 박사 연구팀은 골퍼들이 5번 아이언으로 스윙할 때 허리에 걸리는 힘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세 번째와 네 번째 허리뼈 사이에 걸리는 압박이 체중의 8배 정도였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 허리가 받는 압박이 체중의 3배 정도라는 것과 비교하면, 가볍게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스윙 한 번이 허리에는 꽤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였습니다. 위에서 누르는 압박은 오히려 스윙이 빠른 프로가 더 컸습니다. 그런데 척추를 옆으로 밀어내는 힘은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두 배 가까이 컸습니다. 아마추어는 스윙이 매끄럽지 않아 허리를 옆으로 꺾고 비트는 동작이 커지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디스크는 숙인 채로 누르는 힘을 받을 때, 여기에 옆으로 기울이는 동작이 더해질 때, 그리고 그런 동작이 반복될 때 망가지기 쉽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골프 스윙에는 이 조건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오래 친 사람의 허리는 어떻게 될까요?
골프 스윙은 늘 한 방향으로만 합니다. 오른손잡이라면 몸을 오른쪽으로 감았다가 왼쪽으로 풀어내는 동작을 수천, 수만 번 반복하게 됩니다.
일본의 스가야 박사 연구팀은 엘리트 골퍼와 프로 골퍼들의 허리 엑스레이를 같은 나이의 일반인과 비교했습니다. 골퍼들은 척추뼈와 뒤쪽 관절이 닳은 변화가 더 많았고, 그 변화는 주로 오른손잡이 기준 오른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허리 통증도 대부분 같은 쪽에서 생겼습니다. 한쪽으로만 반복되는 스윙이 허리의 한쪽을 먼저 닳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허리를 아프게 하는 스윙은 따로 있나요?
같은 골프를 쳐도 허리가 아픈 사람과 괜찮은 사람이 있습니다. 허리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습관은 이렇습니다.
첫째, 어드레스 때 허리를 구부정하게 마는 자세입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허리를 둥글게 만 상태에서는 척추기립근이 척추를 제대로 붙잡아 주지 못합니다. 허리는 곧게 펴고 고관절에서 몸을 숙여야 합니다.
둘째, 상체만 과하게 비트는 스윙입니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골반은 고정한 채 어깨만 크게 돌리면 그 비틀림이 고스란히 허리에 쌓입니다.
셋째, 임팩트 후 허리를 뒤로 젖히며 옆으로 크게 꺾는 피니시입니다. 몸이 거꾸로 된 C자 모양이 되는 자세인데, 옆으로 꺾이고 비틀리는 힘이 한꺼번에 허리에 걸립니다.
허리를 지키며 골프를 치려면
결국 핵심은 허리에 걸리는 비틀림과 옆으로 꺾이는 힘을 줄이고, 반복 횟수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허리 대신 고관절이 충분히 돌아가도록 평소에 고관절 스트레칭을 해 두고, 백스윙이 잘 안 돌아간다면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어 골반이 함께 돌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라운딩이나 연습 전에는 10분 이상 몸을 충분히 풀어야 합니다. 준비운동을 오래 한 골퍼는 부상이 절반 이하였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골프백을 직접 메고 다니는 것도 허리에 부담이 되므로 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한 번에 수백 개씩 공을 치기보다는 횟수를 나눠 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골프를 꼭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충분한 회복 기간은 필요합니다. 2011년 북미척추학회 의사 523명에게 디스크 수술 후 언제부터 골프를 다시 쳐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은 4~8주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수술의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척추유합술 같은 큰 수술은 6개월 이상 운동을 쉬어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은 범위 안에서, 허리 대신 고관절과 몸 전체로 스윙하는 것. 이것이 허리를 지키며 오래 골프를 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