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분리증
허리뼈에 금이 갔는데, 모르고 살았다고요?
우리 애가 운동하고 오면 허리가 아프대요. 한창 클 때니까 성장통이겠죠?
정말 성장통일까요? 성장기 아이들은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아이가 허리를 젖힐 때마다 아프다고 한다면, 한 번쯤은 척추분리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척추협착증이 한 줄로 이어진 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출발점인 척추분리증 이야기입니다.
척추분리증은 어떻게 생기나요?
척추분리증은 척추뼈 뒤쪽 고리에서 위 관절과 아래 관절 사이를 잇는 가느다란 뼈, 협부에 금이 가거나 끊어진 상태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태어날 때부터 뼈가 나뉘어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대부분은 살면서 생기는 피로골절입니다.
△ 척추분리증을 그린 의학 삽화입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곳이 다섯 번째 허리뼈 부근이고, 확대한 원 안에서 뼈 뒤쪽 고리의 가느다란 목 부분이 협부입니다.
BruceBlaus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4.0
피로골절이 뭔지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종이 클립이 떠올라서 그려봤습니다.
클립을 한 번 구부렸다 펴는 것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A) 그런데 같은 자리를 수십 번, 수백 번 구부렸다 펴면 어느 순간 툭 끊어집니다. (B)
협부가 이것과 같습니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비틀 때마다 협부에는 힘이 몰립니다. 한두 번은 괜찮지만 같은 동작이 수없이 반복되면 결국 금이 가게 됩니다. 서서 걷고 허리를 쓰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왜 하필 성장기인가요?
성장기의 뼈는 아직 단단하게 여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체조, 다이빙, 레슬링, 야구, 배구처럼 허리를 반복해서 젖히고 비트는 운동이 더해지면 협부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 운동선수를 검사해 보면 상당수에서 척추분리증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다섯 번째 허리뼈에 생깁니다. 허리뼈 중 가장 아래에 있어 힘을 많이 받는 자리라는 것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성장통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 말하는 성장통은 주로 무릎이나 종아리, 허벅지에 생기고 저녁이나 밤에 아프다가 아침이면 멀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에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아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특히 운동할 때마다 같은 자리가 아프다고 하면 성장통으로 넘기기보다는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전형적인 증상은 운동할 때나 운동 후에 허리가 아프고,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쉬면 나아졌다가 다시 운동하면 아픈 패턴이 반복됩니다.
엑스레이를 비스듬히 찍으면 척추뼈 뒤쪽이 강아지 모양으로 보이는데, 분리증이 있으면 이 강아지 목에 목걸이를 건 것처럼 금이 보입니다. 다만 금이 막 가기 시작한 초기에는 엑스레이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의심되면 MRI나 CT로 확인합니다. 특히 MRI는 뼈가 끊어지기 전 단계의 변화까지 잡아낼 수 있어 성장기 아이들에게 유용합니다.
△ 허리뼈를 정면에서 찍은 엑스레이입니다. 붉은 원 안이 네 번째 허리뼈 오른쪽에서 뼈가 끊어져 있는 자리입니다.
Hellerhoff · 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4.0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금이 막 가기 시작한 초기라면 운동을 쉬고 필요에 따라 보조기를 착용하면서 3개월 정도 관리하면 뼈가 다시 붙을 수 있습니다. 클립으로 치면 완전히 끊어지기 전에 구부리는 것을 멈추는 셈입니다.
반면 이미 오래되어 끊어진 면이 매끈하게 굳어 버린 경우에는 뼈가 다시 붙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뼈가 붙지 않아도 통증 없이 지내는 사람이 많고, 허리를 받쳐 주는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면 대부분 다시 운동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발견했다면요?
진료실에서 보면 다른 이유로 허리 엑스레이를 찍었다가 분리증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듣고 놀라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 생겼지만 아프지 않아서 모르고 지낸 경우입니다. 증상이 없다면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1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협부는 척추뼈가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걸어 주는 아래 관절을 척추뼈 몸통에 이어 주는 부분입니다. 협부가 끊어져 있다는 것은 다음 단계인 전방전위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분리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허리 주변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고,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어 미끄러짐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협부가 끊어진 뒤에 일어나는 일, 척추전방전위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