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추상적인 정의 대신, 잴 수 있는 건강

안녕하세요. 이우진입니다. 저는 '건강'이라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바른신경외과에서 진료를 하고, 헬스케어 플랫폼인 모비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닥터리의 로하스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이라는 것은 실제로 어떤 것일까?

피검사가 정상이면 건강한 걸까. 그렇다면 정상인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 차이가 없는 걸까. 건강에 대해 제가 생각한 것, 찾아본 것, 그리고 함께 나눌 만한 것들을 글로 써 보려고 합니다.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되도록 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건강이란 무엇일까요?

WHO의 정의는 왜 어려울까요?

건강의 정의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48년 발효된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의 정의입니다.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

병이 없는 것을 넘어 마음과 사회적인 관계까지 건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의입니다. 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부터 의사 국가고시를 볼 때까지 정말 많이 보아 온 문장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정의에 불만이 있습니다. 건강이라는 말을 정의하면서 '안녕'이라는, 다시 추상적인 말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완전히'라는 조건을 붙이면 우리 대부분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조금 더 실제적인 정의를 쓰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건강

이 시리즈에서는 건강을 '몸이 제 기능을 하는 능력'으로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능력이 높을수록 앞으로 병이 생기거나 생명을 잃을 위험도 낮다고 보겠습니다.

이렇게 정의하면 한 가지 분명한 결론이 나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덜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70대의 몸은 20대의 몸보다 심장과 폐의 힘, 근육의 힘, 회복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장년층과 노년층은 청년층이나 아이들보다 덜 건강하다고 보는 것이 몸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병원의 피검사에서 쓰는 '정상'은 몸의 능력을 재는 자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피검사는 20대든 70대든 같은 정상 범위를 쓰고, 그 범위 안에 있으면 병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일 뿐입니다. 같은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아도 20대의 몸과 70대의 몸이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 '정상'이라는 결과 너머에 있는 몸의 능력 자체를 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위험은 얼마나 커질까요?

이 정의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는 것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인구 10만 명당 사망한 사람의 수는 나이에 따라 이렇게 달라집니다.

1~9세는 10명, 10대는 17명, 20대는 4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30대는 68명, 40대는 139명, 50대는 299명, 60대는 633명, 70대는 1,739명이었고, 80세 이상은 8,112명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것은 어린이와 10대입니다. 그리고 30대 이후로는 나이가 10살 많아질 때마다 사망률이 두 배 이상씩 올라갑니다. 이렇게 어른이 된 뒤 사망률이 나이에 따라 규칙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은 1825년 영국의 곰퍼츠가 처음 발견했고, 지금도 '곰퍼츠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인구학과 노화 연구의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위험을 버텨 내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 주는 셈입니다.

WHO도 건강을 '능력'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WHO 역시 2015년 노화와 건강에 관한 보고서에서 건강을 능력으로 보는 관점을 내놓았습니다. 한 사람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모두 합친 것을 '내재 역량'이라고 부르고, 이것을 인지 기능, 이동 능력, 영양 상태와 활력, 시력과 청력, 심리 상태처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항목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재 역량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듭니다. WHO가 말하는 건강한 노화란 이 능력을 최대한 오래 지키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안녕'보다는 훨씬 손에 잡히는 정의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나이 안에서는 같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덜 건강해진다면,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게 건강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뉴질랜드의 한 도시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954명을 26세, 32세, 38세에 걸쳐 추적하면서 혈압, 폐 기능, 콜레스테롤, 콩팥 기능, 염증 수치 등 18가지 지표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각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똑같이 38세인 사람들의 생물학적 나이는 30세가 안 되는 사람부터 60세에 가까운 사람까지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몸이 거의 늙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년에 3년씩 늙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균형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졌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더 힘들어했으며, 얼굴도 더 나이 들어 보였습니다.

같은 나이라도 몸의 나이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건강검진에서 받는 피검사는 이 차이를 알려 줄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부터는 이렇게 다소 추상적인 이야기를 넘어, 좀 더 실제적인 내용을 다뤄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건강검진에서 받는 피검사의 '정상'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칼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