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얕은 잠은 그냥 얕은 잠일까?

하룻밤 잠의 절반, 비렘수면 2단계가 하는 일

얕은 잠이라고 하면 왠지 덜 중요한 잠처럼 들립니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렘수면 2단계, 흔히 얕은 잠이라고 부르는 이 단계는 하룻밤 잠의 45~55%를 차지합니다. 잠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시간에도 뇌는 바쁘게 일합니다.

깊은 잠, 얕은 잠, 렘수면이 하는 일을 칼로 자르듯 나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단계마다 대표적으로 밝혀진 기능이 있습니다. 얕은 잠의 대표적인 기능은 몸으로 익힌 기술을 다듬는 일입니다.

자고 나면 손이 더 빨라지는 이유

2002년 미국 하버드 의대 매슈 워커 연구진은 18~25세 성인 62명에게 컴퓨터 자판으로 다섯 개의 숫자를 정해진 순서대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누르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피아노 연주처럼 손가락으로 익히는 기술을 흉내 낸 과제입니다.

그리고 12시간 뒤에 다시 실력을 쟀습니다. 한 그룹은 아침에 연습하고 깨어 있는 채로 저녁에, 다른 그룹은 저녁에 연습하고 하룻밤을 잔 뒤 아침에 다시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깨어 있던 사람들은 속도가 약 4% 느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하룻밤을 잔 사람들은 정확도는 그대로인 채 속도가 약 20% 빨라졌습니다. 따로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잠을 자는 동안 실력이 늘어난 것입니다.

깨어 있던 그룹과 하룻밤 잔 그룹의 속도 변화 폭입니다. 2002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의 실험 결과입니다.

열쇠는 새벽의 2단계 수면

연구진은 누가 더 많이 늘었는지를 단계별 수면 기록과 비교했습니다. 깊은 잠이나 렘수면이 아니라, 가장 관련이 깊었던 것은 밤의 마지막 4분의 1에 나타난 2단계 수면의 양이었습니다. 이 시간의 2단계 수면만으로 사람마다 다른 실력 향상의 절반 이상이 설명됐습니다. 얕은 잠이 몸으로 익히는 기술을 다듬는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새벽잠을 아껴야 하는 이유

이 결과는 새벽잠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합니다. 밤의 마지막 4분의 1은 늦게 자거나 일찍 일어날 때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시간입니다. 운동이나 악기처럼 몸으로 익히는 일을 배우고 있다면, 연습만큼 새벽까지 이어지는 충분한 잠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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