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잘 시간을 놓치면 왜 점점 더 말똥말똥해질까?

잠이 들어오는 문, 수면 관문의 원리

밤 11시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씻고 나왔더니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쏟아지던 잠이 어디로 갔나 싶을 만큼 눈이 말똥말똥해지고, 그렇게 새벽 1~2시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잠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때에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잠이 들어오는 문, 수면 관문

1986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수면 연구자 페레츠 라비는 독특한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20분마다 7분은 불 꺼진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13분은 깨어 있게 했습니다. 이 과정을 36시간 동안, 100번 넘게 반복하면서 시간대마다 얼마나 쉽게 잠드는지를 쟀습니다.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잠이 조금씩 쉽게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각의 2~3시간 전에는 오히려 잠들기가 가장 어려웠고,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각 무렵이 되자 갑자기 잠이 쉽게 들었습니다. 라비는 이 순간을 '수면 관문'이라고 불렀습니다. 잠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문을 통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관문을 놓쳤을 때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던 그 순간이 바로 관문이 열린 때입니다. 그런데 이때 일어나 씻고, 밝은 불을 켜면 몸은 다시 잠을 깨게 됩니다.

빛은 몸을 깨우는 힘이 있습니다. 2000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밤 시간에 참가자들에게 6시간 30분 동안 서로 다른 밝기의 빛을 쬐게 했습니다. 그 결과 빛이 밝을수록 졸음이 줄었고, 뇌파도 깨어 있을 때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졸음이 오는 순간에 불을 켜고 움직이면 몸이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이유입니다.

졸음이 올 때 바로 눕기

그래서 잠자리 준비는 졸음이 오기 전에 미리 끝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씻기와 양치를 먼저 해 두면, 관문이 열렸을 때 그대로 누울 수 있습니다. 이미 관문을 놓쳤다면 밝은 불과 화면을 끄고, 어두운 곳에서 다시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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