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로 잔 잠은 자연스러운 잠과 같을까?
수면제가 바꾸는 잠의 구조
수면제를 먹으면 잠은 빨리 듭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오래 잤는데도 개운하지 않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잠든 시간은 같아도 그 잠의 구조가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은 얕은 잠, 깊은 잠, 렘수면이 일정한 순서로 되풀이되는데, 수면제는 이 비율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얕은 잠은 늘고, 깊은 잠과 렘수면은 줄고
2023년 발표된 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오래 쓰여 온 수면제인 벤조디아제핀이 잠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얕은 잠인 비렘수면 2단계는 늘었고, 깊은 잠인 3단계와 렘수면은 줄었습니다.
얕은 잠이 늘면 밤중에 잘 깨지 않아서, 먹은 사람은 잘 잤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깊은 잠과 렘수면이 줄어드는 변화가 집중력과 작업 기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깊은 잠은 뇌를 청소하고, 렘수면은 감정을 다독이는 시간입니다. 잠든 시간은 그대로여도 이 시간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약에 따라 다른 잠의 모양
모든 수면제가 같은 변화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영국 서리대 등 공동 연구진은 낯선 곳에서 잠을 설치는 상황을 만든 뒤, 졸피뎀과 오렉신 차단제의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졸피뎀은 렘수면을 줄였습니다. 반면 깨어 있는 신호를 끄는 오렉신 차단제는 렘수면을 오히려 늘렸고, 깊은 잠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가깝게 유지했습니다. 위약과 비교해 늘어난 수면 시간도 졸피뎀은 11분, 오렉신 차단제는 31분이었습니다. 뇌 전체를 누르는 약과 깨어 있는 신호만 끄는 약은 잠의 모양에서도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위약 대비 늘어난 수면 시간입니다. 2012년 벳티카 연구진이 상황성 불면 모델에서 측정했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있다면
수면제는 잠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렇게 얻은 잠이 자연스러운 잠과 똑같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수면제를 갑자기 끊거나 임의로 바꾸면 오히려 잠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잠의 질이 걱정된다면 의사와 상의해 약의 종류와 복용 방법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