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는 어떻게 잠을 부를까?
뇌의 브레이크를 밟는 약과 깨어 있는 스위치를 끄는 약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먹는 수면제는 모두 같은 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수면제는 종류에 따라 잠을 부르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대표적인 수면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뇌의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약, 그리고 깨어 있게 하는 스위치를 끄는 약입니다.
뇌의 브레이크를 밟는 약
우리 뇌에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가라앉히는 물질이 있습니다. 'GABA(가바)'라는 신경전달물질로, 뇌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오래전부터 쓰여 온 수면제 대부분이 이 브레이크를 이용합니다. 1960년대부터 쓰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그리고 졸피뎀처럼 그 뒤에 나온 약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약들은 GABA가 붙는 자리에 함께 달라붙어 브레이크의 힘을 키웁니다. 뇌 전체의 활동이 가라앉으면서 잠이 드는 방식입니다. 이 계열의 약이 잠과 함께 불안을 줄이고 근육을 풀어 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깨어 있는 스위치를 끄는 약
반대로 깨어 있게 만드는 물질도 있습니다. 1998년 두 연구진이 거의 동시에 발견한 '오렉신'입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나오는 오렉신은 우리가 낮 동안 깨어 있도록 붙잡아 주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발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낮에도 갑자기 잠에 빠지는 기면증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오렉신이 거의 사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원리를 거꾸로 이용한 것이 오렉신 차단제입니다. 오렉신이 붙는 자리를 막아 깨어 있는 신호를 끄는 약입니다. 첫 번째 약은 미국 제약사 MSD가 만든 수보렉산트(상품명 벨솜라)로, 2014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같은 계열의 렘보렉산트(상품명 데이비고)가 2026년 6월 처음 허가를 받았습니다.
뇌의 브레이크를 미는 약과 깨어 있는 스위치를 끄는 약, 그 발견과 허가의 연대기입니다.
같은 잠, 다른 길
두 약은 잠으로 가는 길이 다릅니다. 하나는 뇌 전체를 눌러 잠재우고, 다른 하나는 깨어 있는 신호만 꺼서 잠이 찾아오게 합니다. 길이 다르니 그렇게 찾아온 잠의 모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잔 잠이 자연스러운 잠과 어떻게 다른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