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을 먹으면 잠이 올까?
수면제가 아니라 '밤이 왔다'는 신호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시차 적응을 위해 챙겨 먹고, '수면 보조제'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멜라토닌입니다. 그런데 멜라토닌은 수면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뇌를 눌러 잠재우는 약이 아니라, 몸에 '밤이 왔다'는 신호를 보내는 물질입니다.
뇌가 보내는 밤의 신호
멜라토닌은 원래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드는 호르몬입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기 시작해, 몸의 시계에 '이제 밤'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수면제가 뇌의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다면, 멜라토닌은 잠잘 시간이 됐다고 알려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먹는다고 곧바로 잠이 쏟아지지는 않습니다.
잠드는 시간은 7분 남짓 줄어
2013년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1,683명이 참여한 19개 연구를 모아 멜라토닌의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멜라토닌을 먹은 사람들은 가짜 약을 먹은 사람들보다 잠드는 시간이 평균 7분 남짓 줄었습니다.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수면제에 견주면 그 크기는 작습니다. 잠을 직접 부르기보다 시간을 알려 주는 신호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
국내에서 멜라토닌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입니다. 2014년부터 55세 이상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서방형 멜라토닌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면 보조'를 내세운 제품은 쉽게 눈에 띕니다. 2026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면 유도를 표방한 해외직구 식품 30개 가운데 19개에서 멜라토닌 같은 금지 성분을 찾아내 국내 반입을 막았습니다. 8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식물성 멜라토닌'을 내세운 국내 제품 가운데 처방약 용량의 최대 6배가 든 제품도, 표시량의 3분의 1만 든 제품도 있었습니다.
멜라토닌을 고민한다면
멜라토닌은 잠을 재우는 약이 아니라 밤을 알리는 신호이고, 그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함량을 믿기 어려운 제품을 사 먹기보다, 잠이 계속 문제라면 의사와 상의해 처방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