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소음은 어떻게 잠을 지켜 줄까?
소리를 소리로 가리는 원리
백색소음이 잠을 좋게 한다는 연구 근거는 아직 약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백색소음을 틀어 두면 잠이 잘 온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론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핵심은 백색소음이 잠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잠을 깨우는 소리를 가려 준다는 데 있습니다.
잠든 뒤에도 귀는 열려 있습니다
눈은 감으면 닫히지만 귀는 잠든 뒤에도 열려 있습니다. 잠든 동안에도 뇌는 들려오는 소리를 계속 확인합니다. 그래서 작은 소리에도 문득 잠이 깨거나, 깨지는 않더라도 잠이 잠깐 얕아지는 일이 생깁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이런 짧은 각성이 쌓이면 아침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잠을 깨우는 건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차이
그렇다면 어떤 소리가 잠을 깨울까요? 2005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잔 날, 중환자실에서 녹음한 소음을 틀어 놓고 잔 날, 그 소음에 백색소음을 함께 튼 날을 비교했습니다.
조용한 방에서는 한 시간에 13.3번꼴로 짧은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중환자실 소음을 틀자 48.4번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소음에 백색소음을 더하자 15.7번으로, 조용한 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연구진이 찾은 답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잠을 깬 것은 원래 들리던 주변 소리보다 갑자기 얼마나 커졌느냐였습니다. 실제로 잠이 깬 순간을 보면, 두 경우 모두 소리가 주변 소리보다 17~18데시벨쯤 갑자기 커졌을 때였습니다.
주변을 채워 튀는 소리를 줄이는 원리
백색소음은 이 차이를 줄여 줍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펜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들리지만, 북적이는 카페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백색소음이 주변을 일정한 소리로 고르게 채워 두면, 문 닫는 소리나 차 지나가는 소리가 덜 튀고 잠도 덜 깨게 됩니다.
다만 4명을 대상으로 한 작은 실험이라 이것만으로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층간소음이나 바깥 소음처럼 갑자기 튀는 소리가 잦은 곳에서 백색소음이 잠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