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일상 사이,
모비닥 건강 매거진

내 몸의 나이, 직접 계산해 볼 수 있을까?

계산해 보면 보이는 것, 그리고 연구의 한계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 연구를 통해, 여러 검사 결과를 묶어 계산한 몸의 나이가 실제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정상이면 다 같은 정상일까?) 그렇다면 내 검사 결과로 내 몸의 나이를 직접 계산해 볼 수는 없을까요?

아쉽게도 우리나라 연구들은 피검사만으로 누구나 쉽게 계산해 볼 수 있는 공식을 내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공식이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계산해 볼 수 있는 미국의 방법으로 직접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피검사 아홉 가지로 계산하는 사망 위험

미국의 레빈 박사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약 1만 명의 자료로, 피검사 42가지 가운데 앞으로 10년 안의 사망을 가장 잘 예측하는 아홉 가지를 골라냈습니다. 알부민, 크레아티닌, 혈당, 염증 수치인 CRP, 림프구 비율, 적혈구의 평균 크기(MCV), 적혈구 분포 폭(RDW),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백혈구 수입니다.

이 아홉 가지 수치와 실제 나이를 공식에 넣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사망할 위험을 계산해 줍니다. 흔히 하는 피검사 몇 가지로 10년 뒤의 사망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제 피검사 결과를 넣어 보았습니다. 공복혈당 92mg/dL, 크레아티닌 0.69mg/dL, 알부민 4.4g/dL, CRP 0.1mg/dL, 림프구 비율 32%, MCV 90fL, RDW 13.0%, ALP 65U/L, 백혈구 6,340개/μL입니다. 모두 정상 범위 안에 있는 수치입니다.

이렇게 계산한 저의 10년 사망 위험은 약 1.1%였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이 평균적인 미국인 몇 살의 위험과 같은지를 나타내는 '표현형 나이'는 34세가 나왔습니다. 제 만 나이가 43세이니, 실제보다 9살 정도 젊은 셈입니다.

이 공식의 한계

여기서 계산된 수치는 재미로 보기에는 상당히 신기하고 신뢰성 있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는 커다란 한계가 있습니다. 피검사 수치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RP라는 염증 수치만 하더라도 그날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0.1 정도로 낮던 사람도 세균 감염이 생기면 CRP가 10mg/dL을 넘어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크레아티닌이나 알부민, 백혈구 같은 나머지 수치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입니다. 이틀 연달아 피검사를 하더라도 결과가 적지 않게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식에 넣는 값을 조금만 바꿔 봐도 결과는 크게 움직입니다. RDW를 13.0에서 14.0으로만 바꿔도 몸의 나이는 약 3.7살 많아지고, 일곱 가지 수치를 모두 정상 범위의 위쪽 값으로 바꾸면 몸의 나이는 약 44세가 됩니다. 모두 결과지에는 '정상'으로 나오는 값들입니다. 또 이 공식이 1990년대 미국인의 자료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공식이 말해 주는 것은?

결국 이 공식이 말해 주는 것은 이런 수치들이 한 사람의 건강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실제로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계산에 정말로 써야 하는 수치는 피를 뽑은 그 순간 한 번의 수치가 아니라, 그 사람이 평소에 유지하고 있는 평균적인 수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을 알아내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100일 동안 매일 피검사를 한다면 조금 더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100% 정확한 값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근본적인 한계

사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늘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험실에서는 모든 조건을 똑같이 맞춰 놓고 변수를 하나씩 바꿔 가며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삶에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가 끊임없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늘 어렵고,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통계적인 보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도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수치들이 좋지 않을 때는, 그것이 정상 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실제 몸의 나이가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이 사망률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몸의 나이를 계산해 보더라도 숫자 하나에 기뻐하거나 걱정하기보다, 해마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보며 내 몸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도구로 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피검사 말고도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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